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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마음들 모이니, 세상은 이렇게 살 만한 곳이었네

제작 조선일보

함께라면 이겨내지 못할 것도 없었다. 9·11 테러 직후의 혼란 속에서 낯선 땅에 불시착한 여객기 승객들도, 뜻밖에 범죄 목격자가 돼 쫓기는 무명 가수도 결국 모두 해피엔딩. 보는 동안 맘껏 웃고, 본 뒤엔 마음 한쪽 훈훈해질 맞춤형 가족 뮤지컬 두 편이 연말 무대에서 격돌 중이다. 따뜻한 마음이 모이니, 세상은 이렇게 살만한 곳이었다.

미증유의 테러로 미국 영공이 폐쇄된 2001년 9월 11일, 주민 1만명이 채 안 되는 캐나다 소도시 갠더 공항에 여객기 38대에 탄 승객 6579명이 내린다. 인종도 성향도 제각각.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친절과 호의로 낯선 손님들을 환대한 이 소도시 사람들의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다. 인간의 선한 본성과 타인을 도우려는 선의가 기적을 만들어낸다. 고통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 의지하고, 사랑에 빠지며, 고난을 함께 헤쳐나간다. 미 최초 여성 여객기 기장 역의 신영숙과 차지연을 비롯, 고창석, 남경주, 서현철, 정영주, 최정원 등 베테랑 배우들이 주·조연 구분 없이 놀라운 앙상블을 보여준다. 캐나다의 아름다운 침엽수림이 내내 무대 배경에 있어 대자연 속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내년 2월 18일까지.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우피 골드버그가 주연한 영화(1992)에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된 작품. 마피아 보스의 살인 장면을 목격한 뒤 보수적 수녀원에 은신하게 된 무명 가수가 성가대를 지휘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인어공주’ ‘알라딘’ ‘미녀와 야수’의 작곡가 앨런 멩컨이 만든 음악은 명불허전. 1970년대풍 디스코를 기본으로 가스펠과 블루스를 넘나들며 귀에 쏙쏙 날아와 박힌다. 부산 공연을 마치고 서울로 온 배우들의 앙상블은 이미 찰떡 호흡. 시종일관 들썩이는 어깨를 참기 어려운 그루브로 가득한 뮤지컬이다. 영어 공연권을 확보한 우리 뮤지컬 제작사 EMK가 뉴욕과 한국 오디션으로 선발한 한국과 외국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 선다. 내년까지 국내 15도시 순회 공연을 마친 뒤 아시아 투어를 시작할 계획이다. 서울 공연은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내년 2월 1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