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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공존 네이버 1784 빌딩, 사우디 홀렸다…네옴시티 수주는

제작 조선일보

“소 스마트(So Smart)!”

지난 6일(현지 시각) ‘한·사우디 혁신 로드쇼’가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한 호텔.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세계 최초의 로봇 빌딩 1784 발표를 마치자 사우디 관계자들 사이에서 감탄이 나왔다. 이 행사는 70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를 비롯해 사우디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ICT(정보 통신 기술)·건설·원전·방산 등 22사(社)로 구성된 ‘원팀 코리아’가 사우디 정부 주요 관계자에게 핵심 기술력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경기도 분당에 있는 네이버의 신사옥 1784는 지난 7월부터 직원들이 입주해, 현재 로봇 100대와 직원(재택근무자 제외) 2000여 명이 5개월째 동거(同居) 중인 첨단 로봇 빌딩이다. 네이버는 1784 모델을 통째로 사우디에 수출하고자 참가했다.

사우디를 방문한 네이버 채선주 대외·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개선) 정책 대표는 “세계 최초 클라우드 로봇을 비롯한 네이버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걸 확인했다”며 “국내 건설사 등 파트너사들과 함께 해외 진출 기회를 모색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방문단에 따르면, 당초 한국 기업 발표장에서 일찍 일어나려던 사우디 교통물류부 장관은 한국팀의 발표를 잠깐 듣더니 “전부 다 듣겠다”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아직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나온 셈이다.

◇5개월째 로봇과 사람의 공존

지난 8일 기자가 방문한 경기도 분당의 1784 사옥은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사는 공간’이다. 로봇이 다가서자 ‘얼굴 인식’ 출입문이 바로 열렸고, 사무실 문 역시 손잡이 대신 센서를 달아 자동으로 열렸다. 사람용 엘리베이터 바닥엔 ‘로봇 자리’가 동그랗게 그려져 있고, 로봇만 따로 타는 전용 엘리베이터(로보포트)까지 있었다. 바닥엔 파란색 띠로 로봇의 동선(動線)이, 사무실 천장엔 로봇이 직원 개개인을 정확히 찾아갈 수 있도록 마치 엑셀 장표처럼 빽빽하게 ‘F001-G001-H001’ 같은 좌표가 그려져 있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한시라도 로봇의 통신이 끊기지 않도록 5G(5세대 이동통신) 특화망, 와이파이(무선 인터넷), 이동통신사의 추가 5G망 등 3중 통신망이 갖춰져 있다”고 했다. 로봇들의 두뇌는 모두 강원도 춘천의 네이버 데이터센터에 있어, 실시간 통신이 원활하지 않으면 ‘죽은 로봇’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이 빌딩에서 로봇 100대와 직원 2000여 명이 매일같이 소통하는 데이터(HRI·Human Robot Interaction)를 5개월째 쌓고있다. 네이버의 연구·개발(R&D) 자회사인 네이버랩스의 석상옥 대표는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도 갖지 못한 네이버의 가장 소중한 데이터로 만약 빠져나간다면 가장 속이 쓰릴 자료”라고 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도 종종 조언을 한다고 한다. 한번은 “로봇이 좀 재미가 없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 귀여운 ‘라인캐릭터’를 입힌 로봇을 만들었는데 직원들이 몰려다니며 사진을 찍는 등 ‘최고 인기 로봇’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세계 유일 데이터 축적… 로봇도 진화 중

로봇은 점점 진화 중이다. 사람과 마주쳤을 때, 초기엔 사람이 움찔할 정도로 간신히 피해 갔는데 이젠 ‘어느 거리에서 멈추고, 어느 방향으로 피해야 사람이 안정감을 느낄지’ 학습해 그에 맞춰 여유 있게 이동한다. 로봇에 달린 화면의 눈동자를 왼쪽, 오른쪽으로 굴리며 마치 ‘깜빡이’처럼 신호를 주기도 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로봇의 최대 속도는 사람 보행 속도와 비슷한 초당 4m 정도이지만 실제로 보면 무서운 경우가 많아 여러 실험을 거쳐 초당 0.7m의 속도로 조정했다”고 했다. 또 로봇이 센서 인식으로 문을 갑자기 열어 직원들이 놀라는 일이 생기자, 이젠 팔 없는 로봇이 혼자 “똑똑” 하는 소리를 내고 들어간다. 배달 시간도 빨라지고 있다. 과거엔 로봇이 엘리베이터 앞에 와서 승강기를 호출했지만, 이젠 가는 길에 미리 불러놓고 도착하자마자 타는 식으로 똑똑해진 덕분이다.

네이버는 1784 빌딩에서 쌓은 경험을 한층 넓은 ‘캠퍼스’로, 나아가 ‘도시’ 차원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사우디 대형 프로젝트 수주도 이런 목표 실현을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다. 채선주 대표는 “기술엔 국경이 없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