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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70억원 ‘온라인 메시’ 항저우 금메달 향해 출격

제작 조선일보

프로게이머 ‘페이커(Faker)’. 본명이 ‘이상혁(27·T1)’인 그는 온라인 게임계에선 리오넬 메시이자 마이클 조던이다. 전 세계에서 그가 가진 명성은 “손흥민이나 방탄소년단(BTS)에 필적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그의 연봉은 국내 프로 스포츠 통틀어 1위인 7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 페이커가 내달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격한다. 종목은 LoL(리그 오브 레전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시범 종목으로 선보였던 e스포츠가 이번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e스포츠도 젊은 세대에게 기존 스포츠만큼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분위기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LoL을 포함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파이터 V’ ‘FIFA 온라인 4′ 등 7개 종목이 펼쳐지며 한국은 4개 종목에 출전한다. LoL과 FIFA 온라인 4에서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30일 만난 이상혁은 “스포츠 선수라면 누구나 나라를 대표해 경기를 뛰는 모습을 상상한다”며 “(대회가) 3주 정도 남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상혁은 다른 동료 5명과 팀을 이뤄 나간다. LoL에서 그가 맡는 위치는 중간 공격로를 책임지는 ‘미드’. 중간이 뚫리면 모든 게 위태로워져 다른 포지션보다 순간 판단력과 기지가 뛰어나야 한다. 이상혁은 “게임 내 영향력이 가장 크고, 게임의 흐름을 읽고 조율을 하는 포지션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농구의 포인트가드, 축구로 치면 공격형 미드필더(플레이메이커)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상혁은 세계 최강자들이 실력을 겨뤄 ‘롤드컵’으로 불리는 LoL 월드챔피언십에서 3회(2013, 2015, 2016년) 우승한 ‘전설’이다. 닉네임에 걸맞게 상대를 속이며(fake) 화려한 플레이로 압도한다. 그는 “그저 LoL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사실 그가 애정을 가진 애칭은 “글로벌 팬들이 제일 많이 알고 있는 ‘불사대마왕(Unkillable Demon King)’과 ‘우리 혁’”이다.

그는 2013년 데뷔, 올해 27세다. e스포츠는 두뇌 회전이 가장 빠른 10대 후반~20대 초반 때가 전성기로 여겨진다. 이 세계에선 ‘노장’인 셈이다. 동시대 선수들은 이미 현역에서 은퇴하거나 코치로 변신했다. 그래서 한때 ‘이상혁도 한물갔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이상혁은 이에 대해 “I never left(나는 떠난 적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떠나지 않았고, 떠날 생각도 없으며, 팬들도 그를 떠나보낸 적이 없다.

적수가 없을 정도로 명성을 쌓은 그지만 사실 5년 전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 대결에선 중국에 밀려 2위를 차지했다. 그 설욕전을 이번에 한다는 각오다. 이상혁은 “다른 참가팀들과는 아직 격차가 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에선 한·중 결승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에 홈 어드밴티지가 있으리라 본다. 환경적으로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변수보단 경기력에 신경 쓰며 훈련에 집중해 최고의 결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팀원 5명 모두 소속 팀이 달랐던 5년 전과 달리 이번엔 페이커를 포함해 3명이 같은 팀(T1) 출신이라 호흡이 더 잘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상혁은 “우승하면 팬분들께 결승전에 입었던 유니폼에 사인을 해서 경품으로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열린다. e스포츠 종목은 9월 24일부터 10월 2일까지 9일에 걸쳐 진행된다.

☞리그 오브 레전드 (League of Legends·LoL)

2009년 미국 게임회사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가 개발한 온라인 게임. 전 세계 월간 이용자 수가 1억5000만~2억명에 이른다. 5명씩 탑, 정글, 미드, 바텀, 서포터 포지션으로 팀을 이뤄 일종의 ‘땅따먹기’ 대항전을 펼치는데, 목표는 상대 팀 후방 지역에 있는 구조물 ‘넥서스(Nexus)’를 파괴하는 것이다. 각 팀은 이를 저지하고 상대 진영으로 진격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인다. ‘롤드컵’이라 불리는 LoL 월드챔피언십 작년 대회는 전 세계 2억7000만명 시청자가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