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main image

'AI를 활용해 5배 빠르게 자라는 품종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제작 BBC

다른 여러 식품 기업 경영진들처럼 제레미 번치 또한 기후 변화가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한다.

미국 소재 밀가루 기업 ‘셰퍼드 그레인’의 CEO인 그는 “날씨와 기후가 우리 기업엔 가장 큰 리스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북서부 아이다호주에 자리한 셰퍼드 그레인사는 미국 태평양 북서부 지역 농가에서 밀을 들여온다.

그런데 날씨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번치 CEO는 “제1 계획이 실패할 때를 대비해 제2, 제3의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대안책 마련을 위해 셰퍼드 그레인사는 현재 AI 기반 소프트웨어 시스템인 ‘기후AI’를 활용하고 있다.

‘기후Ai’는 위성 사진, 온도, 강우량 등 현재와 과거의 데이터를 미래 상황 예측값과 결합해 농민들에게 1시간~6개월 전 그 지역에 맞는 맞춤형 일기 예보를 제공하고자 개발됐다.

아울러 언제 특정 작물을 심고, 수확해야 하는지 조언해 주기도 하며, 수확량도 예측해 준다.

셰퍼드 그레인사는 지난해부터 기후Ai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이미 셰퍼드 그레인사와 함께 일하는 농민 40명 대부분이 이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고 있다.

번치 CEO는 “농민들은 이 지역의 주요 작물인 밀 관리에 기후Ai를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날씨 예측 정보를 통해 농민들은 어떤 작물을 심을지 도움받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기후Ai는 언제 심어야 하는지, 이 작물이 언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을지도 알려줍니다.”

한편 미 샌프란시스코 소재 ‘기후Ai’사의 히만슈 굽타 CEO는 기후변화에 적응한 종자를 어떻게 시장에 더 빠르고 저렴하게 출시할 수 있을지가 종자 업체들이 지닌 큰 고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굽타 CEO는 “시장에 출시 됐을 때인 10~15년 뒤엔 이미 기후가 변해 있을 것”이라면서 “그렇기에 새로운 종자 품종 개발은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굽타 CEO는 기후Ai를 통해 종자 기업들은 특정 테스트 종자가 특정한 지역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게 될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종자 기업들은 종자 재배를 위한 최적의 장소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지난해 과학 학술지 ‘네이처’엔 기후 변화로 인한 끔찍한 잠재적인 결과에 대해 경고하는 논문이 발표됐다.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수많은 작물 농사가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컬럼비아대 ‘라몬트-도허티 지구 관측소’ 소속 기후 과학자인 카이 콘허버가 주도한 해당 연구에선 “주요 농작물 생산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농사에 실패하면 세계 식량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설명했다.

UN이 앞으로 2050년까지 현재 80억 명 수준인 세계 인구가 100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한 가운데 이러한 경고가 나온 것이다.

세계 인구는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농작물에 대한 압박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AI는 극심한 날씨에서도 더 잘 견디는 새로운 품종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편 탄자니아의 아루샤시에선 ‘국제 열대 농업 센터’ 소속 농업 과학자인 데이비드 구에레나가 ‘아르테미스’라는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는 해당 프로젝트는 AI를 활용해 더 잘 견디는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AI 덕에 ‘표현형 해석’이라고 불리는 작업의 속도가 붙고 있다.

꽃이나 꼬투리, 잎은 몇 개가 있는지 등 새로운 품종을 시각적으로 연구하는 작업이다.

구에레나는 “보통 새로운 작물 품종 개발에 약 10년이 걸린다”면서 “그러나 기후 변화의 속도를 생각하면, 더 빨라져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에레나는 과거엔 표현형 해석 작업을 육안으로 했으나, “사람은 이 작업을 식물 선별에 필요한 높은 수준의 정밀도로 이 작업을 일관되게 수행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온도가 30도가 넘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은 피곤함을 느끼고, 이는 데이터 품질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농민들은 눈 대신 스마트폰의 앱으로 작물의 사진을 찍는다. 그러면 AI가 이를 재빨리 분석하고, 기록하고, 보이는 것들을 말해준다.

구에레나는 “컴퓨터들은 모든 식물의 꽃, 꼬투리를 매일 지치지도 않고 셀 수 있다”면서 “ 콩과 식물의 경우 꽃의 수는 수확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꼬투리 수와 상관있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데이터는 매우 복잡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AI를 활용하면 복잡한 데이터를 이해하고, 패턴을 찾아내 어디에 어떤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지 필요한 위치를 표시하고 권고 사항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AI로 더 나은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품종 개발 주기를 몇 년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편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소재 농업 기술 기업인 ‘아발로’는 또한 기후 변화에 더 잘 견디는 품종 개발을 위해 노력 중이다. 아발로는 AI를 활용해 작물의 유전학을 연구한다.

아발로의 레베카 화이트 COO는 “우리의 작업은 작물의 유전 데이터, 예를 들어 다양한 품종의 염기서열 등에 대한 (분석으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토마토는 품종마다 유전적으로 미세하게 차이가 있는데, 이로 인해 서로 맛이 다르거나, 농약에 대한 저항성 등이 달라집니다. 우리의 머신러닝 프로그램은 이러한 작은 차이를 파악해 어떤 유전자가 어떤 형질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냅니다.”

이러한 기술 덕에 보통 온실에서 45~60일씩 걸리던 브로콜리 성숙 기간을 37일로 단축할 수 있었다는 게 화이트 COO의 설명이다.

“이렇게 빠르게 성숙한 브로콜리의 경우 성장 사이클을 더 늘릴 수 있으며, 탄소 발자국을 줄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아발로는 아시아와 북미의 기업들과도 협업해 서리에 강한 쌀, 가뭄에 강한 감자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화이트 COO는 “우리의 핵심 기술은 최소한의 트레이닝만으로도 복잡한 유전 형질을 파악하고자 한다”면서 “유전자 배열 및 예측 분석을 통해 새로운 식물 품종을 빠르고 저렴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기존에 비해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5배나 더 빨리 자라는 다양한 작물 품종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생태학과 생물다양성을 가르치는 케이트 E. 존스 교수는 이처럼 AI가 기후 변화로 인한 날씨의 영향을 줄이고, 작물의 저항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순 있지만, 농업에서의 AI 적용엔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AI가 식량 안보 보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진 데이터의 품질, 기술의 접근가능성과 같은 문제를 얼마나 해결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 그동안엔 AI를 지속 가능하고 회복탄력성 있는 농업을 위한 여러 전략적 도구 중 하나로 바라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