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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그룹 중 6곳이 뛰어든 사업, 얼마나 돈 되기에…

제작 조선일보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가 공동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에 진출한다고 3일 밝혔다. 두 회사는 각각 250억원을 투자해 합작 법인을 만들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올 초 전기차 충전 서비스 브랜드 ‘볼트업’을 내놓으며 이 분야에 뛰어든 상태이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까지 카카오내비 앱을 통해 전기차 충전소 위치 안내와 충전 요금 간편 결제 서비스에 주력해 왔다. 합작 법인을 통해 두 회사의 장점을 살려 시너지를 내는 게 목표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전기차 충전 서비스 생태계와 운영 플랫폼을 선도적으로 확보해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2016년 말 약 1만1000대였던 국내 등록 전기차는 지난해 약 39만대로 늘었다. 이 기간 국내 전기차 충전기도 1800개에서 20만5000개로 증가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국내 등록된 전기차 113만대, 충전기 58만8000개를 목표로 잡았다. 자동차 산업에서 전기 충전기라는 새로운 인프라 시장이 생기자 대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뛰어들었다. 특히 국내 4대 그룹에선 삼성을 제외한 SK·현대차·LG 3곳이 진출했고, 롯데·한화·GS까지 합치면 10대 그룹 중 6곳이 충전 사업에 나섰다. 일부에선 “지나친 출혈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대 그룹 중 삼성 빼고 다 ‘충전 사업’

LG는 전기차 분야를 사실상 ‘본업’으로 여긴다. 이미 LG전자가 전기차 전장 사업에 적극적이고,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국내 1위다. 여기에 LG전자가 지난해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애플망고’를 인수하면서 충전 사업에도 나섰다. LG전자가 충전기를 만들고, LG유플러스가 카카오모빌리티와 만든 합작사에서 충전기 설치·운영을 맡는 사업 구조가 가능해진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SK온을 계열사로 둔 SK도 LG와 비슷하다. 2021년 충전기 제조업체 ‘이브이시그넷’을, 지난해 충전소 운영 기업 ‘에스에스차저’를 각각 인수했다. 이뿐 아니라 주유소 등 에너지 관련 사업 노하우도 있다.

자동차가 본업인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경영권을 확보한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를 계열사로 두고 충전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체적으로 이핏(E-pit)이라는 충전소 브랜드도 만들었는데, 충전 인프라 구축으로 전기차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여 또 다른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게 목표다.

GS와 한화는 기존 에너지 사업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전기차 충전 사업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GS는 GS커넥트라는 충전 사업 담당 계열사도 새로 만들었다. 2025년까지 전국에 충전기 7만개를 설치하는 게 목표다. 롯데·신세계 등은 전국에 운영 중인 마트·백화점이 이미 소비자가 많이 찾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전기차 충전 사업에 적합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핵심은 ‘규모의 경제’… 과잉 투자 우려도

대기업들이 앞다퉈 충전 사업에 뛰어들면서 전기차 충전 시장은 ‘춘추전국시대’ 같은 상황이다. 신시장 선점을 위해 활발한 인수·합병이나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누가 얼마나 빨리 충전 인프라를 많이 설치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도 초기에 미국 내 전용 충전소 ‘수퍼 차저’를 대거 설치하고, 비용을 싸게 책정해 전기차 구매 고객을 늘리면서 충전소 1위 사업자가 됐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결국 입지가 좋은 충전소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핵심이고 다음이 소비자에게 각종 할인이나 적립 등 멤버십 혜택을 줄 수 있는지”라며 “이것이 가능하려면 좋은 입지를 빨리, 많이 확보하기 위한 자본력 싸움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출혈경쟁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말 국내 등록된 자동차 2550만대 중 전기차 비율은 1.5%에 지나지 않는다. 전기차 보급이 늘고 있지만, 초기 단계인 만큼 대규모 투자로 전기차 인프라를 갖춰도 당장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인수·합병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한 곳은 상당 기간 손실을 감수하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