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단협 잠정 합의…성과금 400%+1050만원 '역대급' [종합]
현대자동차 노사는 12일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등 역대 최고 임금 인상안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오는 13일 예정됐던 현대차 노조의 부분 파업 계획은 취소됐다.
잠정 합의안에 대해 노조는 다음 주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해 확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현대차 노사가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 지으면서 국내 완성차와 부품업계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울산공장에서 임단협 제23차 본교섭을 진행하고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잠정 합의안에는 기본급 11만1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400%+1050만원, 주식 15주, 재래시장상품권 25만원 등이 포함됐다. 기본급과 성과급 모두 역대 최대 규모의 인상이다.
특별격려금 250만원과 사업목표달성 격려금 100% 등도 지급한다. 하계휴가비는 기존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주간 연속 2교대 제도 포인트도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했다.
현대차 노사는 2년에 걸쳐 기술직(생산직) 1100명을 신규 채용하는 데도 합의했다. 내년 800명을 채용하고, 2025년에는 300명을 충원할 방침이다. 의견 차가 컸던 정년 연장 논의에 관해서는 정부 정책과 법 개정 등을 지켜본 뒤 내년 상반기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잠정 합의안에서 노사는 지난해 교섭에서 합의한 국내공장 미래 투자 관련 합의 사항 구체화와 연계해, 국내 공장을 중장기 미래사업 핵심 제조기지로 전환하기 위한 '노사 미래 동반 성장을 위한 특별협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전동화 전환 및 차체 경량화를 위해 완성차의 알루미늄 바디 확대 적용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첨단 대형 다이캐스팅 차체 제조 공법인 '하이퍼 캐스팅' 기술 내재화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하이퍼 캐스팅은 테슬라의 차량 생산·조립 방법인 '기가 캐스팅'처럼 작은 부품을 세세하게 조립·용접하는 대신 일체화된 섀시를 한 번에 생산하는 것으로 생산 속도가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노사는 기존 엔진, 변속기 공장의 유휴부지 등 적정 부지를 선정하고 제조경쟁력 등 제반 여건이 충족되면 오는 2026년부터 양산에 적용키로 했다.
이날 잠정 합의에 따라 노조는 13일부터 돌입 예정이었던 부분파업을 취소했다.
잠정 합의안에 대해 노조는 18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해 확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그대로 확정될 경우 5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이다.
다만 과반 이상 반대로 부결되면 노사는 재교섭을 통해 새로운 합의안을 만들어야 한다.
업계 맏형 격인 현대차 노조가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는데 성공하면서 파업을 예고했던 기아, 현대모비스 등 완성차와 부품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그동안 현대차 노조가 합의할 경우 다른 곳도 합의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파업에 돌입하면 다른 사업장도 '릴레이 파업'을 벌이는 경향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노사 협상을 바라보는 고객과 협력사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걱정과 관심 속에서 노사가 대화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며 "고객들의 변함없는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도록 노사가 함께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