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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 화내고 "내가 여기 왜 왔지"…엄마는 치매일까 건망증일까

제작 JoongAng

치매 예방용 그림 맞추기 장면

코로나19가 발생한지 어느덧 3년, 거리두기 없는 첫 명절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이번 명절 고향 방문을 계획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참에 사랑하는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챙겨봅시다. 자주 뵙지 못한 사이 부모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을지 모릅니다. 부모님은 자녀가 걱정할까봐 “아프다”는 말을 아낍니다. 이런 저런 이상 증상이 나타나도 “나이를 먹어 그렇다”며 넘기기도 합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증상이 알고 보면 심각한 질환의 전조일 수 있습니다.
의학적인 지식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의 분야별 명의 도움을 받아 60세 이상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앓는 4가지 질환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두번째는 서서히 발병해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입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임재성 교수의 도움을 받아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의 명절 가족 건강 지키기


치매는 기억력을 비롯한 지적 능력의 감퇴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과거와 다르게 최근 치매는 정상적인 노화과정에서 오는 증상과는 다른 특별한 질병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뇌 기능의 전반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질환이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중에서 대개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포함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 약 50~60%를 차지한다. 그다음으로는 뇌의 혈액 순환 장애에 의한 혈관성 치매가 20~30%, 나머지 10~30%는 기타 원인에 의한 치매라고 볼 수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주로 65세 이후에서 가장 흔하게 발병하며, 매우 서서히 발병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주된 증상으로는 기억 장애, 지남력(指南力: 오늘 날짜, 현재 시각, 본인이 있는 장소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장애, 주의력 장애, 언어 장애, 시공간 파악 기능의 장애, 전두엽 수행능력 장애 등과 같은 신경인지기능 이상이 있다. 초기 단계부터 우울증 등 기분장애가 동반되는 경우 별일 아닌 것에 쉽게 화를 내는 등의 감정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병이 점차 진행하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는 망상, 헛것을 보는 환각, 음식이나 돈에 대한 집착이나 특정 물건들을 주워오는 행동변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환자를 돌보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하며 결국 환자를 치료기관이나 요양기관에 입소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진단할 때는 환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보호자가 환자의 증상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기억력 등 인지 기능의 변화가 있는지, 있다면 언제부터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났는지 확인하고 이후 정확한 검사를 통해 진단을 내린다.

치매안심센터나 병원 첫 진료 때 시행하는 10~15분가량의 인지검사는 환자의 인지기능 수준을 간략하게 파악하는 선별검사다. 여기서 문제가 파악될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1~2시간이 소요되는 종합인지기능검사를 받게 된다. 어떤 인지 영역에 얼마만큼의 이상 소견이 있는지 확인하는 치매를 진단하는 기본적인 검사다. 치매가 아니더라도 기억력 저하가 분명한 경우에는 6개월~1년 간격을 두고 인지기능검사를 받아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합인지기능검사에서 치매 또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로 확인될 경우 어느 원인에 기인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와 뇌영상검사를 받게 된다. 참고로 MRI만으로는 치매를 진단할 수 없으며 반드시 인지기능검사를 통한 인지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만 떨어져 있을 뿐 아직 모든 일상생활을 스스로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상태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알츠하이머병 때문에 발생하는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매년 인지기능검사를 추적 관찰하여 기억력 저하의 악화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우울증 역시 경도인지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전문 치료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치매로 이행되지 않고 인지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임재성 교수

현재 치매 치료의 근간은 중증화를 막는 것이다. 병을 없앨 수는 없지만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시작하면 중증 치매로 악화되는 것을 막아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시기를 연장할 수 있다. 약물치료가 주된 방법이지만 그 외에도 고혈압, 당뇨병, 흡연, 심장질환 등 위험인자를 잘 조절하는 것이 인지기능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꾸준한 유산소 운동 및 스트레칭, 근력 운동 또한 뇌를 보호하는 물질을 분비하게 함으로써 치매 관리에 도움이 된다. 매일 30분씩, 주 5회가량을 꾸준히 걷고 운동할 경우 기억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음식은 통곡물, 녹황색 야채, 견과류, 가금류를 통한 적절한 단백질 섭취, 등 푸른 생선 섭취를 권장하며 붉은 고기, 고지방 치즈, 빵, 설탕, 과자, 패스트푸드 등은 제한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최근 알츠하이머병의 원인물질을 제거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돼 활발하게 임상시험이 이루어지고 있고, 전문가들은 향후 5~10년 이내로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단과 치료 방향에 큰 혁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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