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과 만난 예술의 힘은 현란하게 내뿜는 빛줄기들이었다. 은빛 벽체 위에서 바다 속 열대어 무리와 싱그러운 녹색 숲, 시원한 폭포를 담은 빛의 이미지들이 솟아올라 영하 10도를 밑도는 밤의 대기를 가로지르며 휘리릭 흘러갔다. 뒤이어 전자회로 기판 같은 격자 윤곽들이 현란한 빛을 내뿜으면서 우뚝 일어서더니 현대 도시의 마천루 빌딩으로 변모한다. 마천루 빌딩은 다시 숫자와 컴퓨터 화면의 상으로, 다시 대자연의 이미지로 바뀌면서 퍼져나갔다. 디지털 언어와 이미지가 지배하는 지금의 도시문명과 바다·땅의 대자연이 공존하는 감각이 공중에 흩뿌려진 빛의 군무를 통해 눈아귀에 들어왔다. 혹한이 서울에 휘몰아친 지난 21일 저녁 건축거장 자하 하디드(1950~2016)가 우주선 모양으로 설계해 지은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의 은빛 외벽 전면에서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 쇼 ‘서울라이트 디디피(DDP)’가 대중 앞에 처음 펼쳐졌다. 특정한 형태 없이 100% 곡선의 형태를 지닌 디디피의 유동하는 건축물 표면을 스크린 삼아 미디어아트 영상을 투사하는 이 작품의 스크린 길이만 222m에 달한다. 특히 컴퓨터그래픽 등의 첨단 시각효과를 만드는 제작사 자이언트스텝이 만든 ...